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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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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48회 작성일 22-10-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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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은 참 좋은 곳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차가 있다면) 산과 들과 바다가 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가 이렇게 풍요로운가 싶고, 식당 밥상 인심도 넉넉한가 싶다.

고창에 오면 꼭 하고 싶었던 몇 가지가 있다. 독곡마을은 운곡습지와 가까운 마을이어서 산과 들은 언제든 갈 수 있지만, 바다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올해 바닷물에 발을 담그지 못했다... 빗물에만..


 

img.jpg구글지도

크게 지도를 보면 부안군과 고창군을 사이로 바다가 깊게 파고 들어오는데, 땅과 물의 경계가 흐려지는 곳인 거다. 이런 곳에는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갯벌이 있다. 갯벌은 생명의 보고로 엄청난 정화작용을 하면서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터전이다. 이 갯벌 때문에 동해안보다 서해안의 물이 더 깨끗할 정도이다.

질퍽질퍽하고 고마운 갯벌이 위치한 곳 중에 하나가 바로 고창이다.
 



지구용사와 함께 하루 날을 잡아 만돌 갯벌에 조개를 캐러 가기로 했다. 사실 하루란 시간도 필요 없다. 지구용사가 말하길 전에 친구가 와서 20분 만에 조개를 한 바구니 캤다고 한다. 그리고 물때를 맞춰가려면 계절상 정오나 자정 즈음에 가야 하는데, 그늘도 없는 정오의 뙤약볕 아래 그리 오래 있지는 못할 것 같았다.

 

img.webp염전마을팀의 소금이 만들어지는 모습


지난 8월 초의 갯벌축제 때 옆 프로젝트인 염전마을팀의 작업을 구경하러 만돌 갯벌체험장을 잠시 들렸었다. 이때는 사람이 북적북적하니 관광지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평일 낮에 가니 한산했다.

 

img.jpg멀리보이는 대죽도와 소죽도img.jpg앞집 어르신께 빌려온 호미를 들고 신이난 신씨


한산함과 더불어 저 너머 대죽도까지 길이 열린 갯벌을 보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미리 준비한 아이스박스와 통을 챙겨 한 발을 내디뎠다. 딱딱한 바닥과 질퍽하니 쑥 빠지는 바닥도 있었다. 육지 근처의 수없이 많은 작은 구멍으로 작은 게가 분주히 드나들었다. 군무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의 걸음걸이에 숨기와 도망가기를 반복하는 것을 구경하며, 우리는 대죽도를 향하여 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했다.

 

img.jpg쏟아진 깨같이 많았던 게구멍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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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물컹한 군부img.jpg비단고둥


물이 거의 완전히 빠질 시간이 다 되어가니 대죽도까지 쭉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 한 십 분 정도 바닷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제법 육지에서 떨어져 있었다. 신발을 벗어버리고 발을 뻘이 디디니 푹 파고들며 발에 동글동글한 물체가 느껴졌다. 조개였다. 조개뿐만 아니라 꼬물꼬물 군부도 있고, 비단고둥도 많이 보였다.


 

img.jpg장난감 기차같은 갯벌 위를 달리는 셔틀. 갯벌 위로도 상이 맺히니 꿈속 풍경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에 체험장에서 운영하는 갯벌 위를 달리는 셔틀을 만났다. ㅎㅎㅎ 결론부터 말하면 이곳은 돈을 내고 체험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근데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체험비를 내고 이용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일단은 이 지역의 생활 터전인 갯벌이고, 이 지역의 살림을 위해 보탬이 돼야함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기서 체험비를 내면 거의 시간의 제한이 없이 (조개를 캘 수 있는 양의 제한은 있다:양파자루 두 망,주중기준) 갯벌을 이용할 수 있고,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나와서는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야외시설과 제대로 씻을 수 있는 내부 샤워장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해감하는 제대로 된 방법(진심)을 알려주시고, 해감에 사용할 수 있는 바닷물도 제공하고, 바로 채취한 조개의 상태도 파악해주신다.


 

img.jpg풍경구경과 촬영으로 바쁘다

채취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천막이 있는 트럭을 이용해 이동하는데, 덜컹덜컹하면서도 편히 차를 타고 앉아 그늘에서 시원을 바람을 맞으며, 넓게 펼쳐진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갯벌은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이 있는데 덜 질퍽한 곳을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하니 아이들에게는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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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장소에 도착하면 장비를 주신다.img.jpg갯벌체험장 경치. 물도 땅도 아닌 물도 땅도 되는 곳에서 날씨가 열일했다.


조개도 많이 나오는 구간이 있는 편인데, 차가 내려준 곳에서는 초반 우리가 있었던 곳에 비해 괭이로 한 번만 뻘을 엎어주면 한 주먹 흙 안에서도 조개가 몇 개씩 쏟아져 나왔다. 물이 빠지는 것을 잘 보고 따라가야 조개가 많은 곳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채취했던 곳 마줌편에서는 이곳에서 조개 캐는 것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커다란 자루를 채우고 계셨다. 이렇게 조개가 많다니 양식인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자연산이었다. 어찌 보면 이곳을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은 이곳이 계속되도록 무분별한 채취를 막고 장소를 바꿔가며 외부사람들이 이곳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잘 즐기고 갈 수 있게끔 관리를 하는 사람일 거다.

 

img.jpg동죽img.jpg

특이한 생명체. 아직 이름을 못찾고 있다.img.jpg다정하고 열정이 가득한 지구용사


지금 시기에 많이 나오는 이 조개는 동죽이다. 까만 줄무늬가 짙게 있고, 이 무늬가 짙어야 상태가 좋은 것이다. 입을 벌리고 있는 아이들은 이미 상태가 안 좋은 것이니 버리라고 하셨다. 갯벌이 좋아 내가 오자고 했지만, 사실 나보다도 고창 사람이 다 되어가는 지구용사가 훨씬 진지했다. 시간을 잊고 자루에 조개를 가득 담고 다시 찾고 심취해 있는 모습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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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 갯벌에 이렇게 조개가 많은 것은 이곳이 모래와 진흙이 반반 정도 되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해감이 조금 힘들다고도 하는데 알려주신 방법대로 하니 정말 쉽게 해감이 되었다. 그 해감 방법을 간단히 보자면 3가지인데, 1. 같은 환경의 바닷물을 이용하고 2. 꼭 어두운 곳에 있고(원래 조개는 땅 속에 있었으니까) 3. 동전이나 젓가락을 하나 해감물에 넣어주는 것이다. (하나 더하자면 하루정도 해감을 해준다.) 알려주신 방법대로 하니 동죽은 해감이 힘들어 잘 먹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시원하고 감칠맛이 좋은 깔끔한 국이 되었다. (동죽 미안)

 

img.jpg


적당히 동죽을 캐고 다리에 뻘을 덕지덕지 발라 부츠를 만들어주니 다리가 시원했다. 만약 샤워할 준비를 하고 왔다면 누워 놀다가 온몸을 휘감았을지도 모른다. 질퍽하고 부드러운 흙이 피부에 감기듯 발리니 회색 인간이 되어가도 즐겁기만 하다. 소금기가 가득한 이 흙이 어찌나 좋은지 아토피 같은 피부병이 있는 사람도 와서 치유를 얻어가곤 한다고 한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힐링을 찾아와 보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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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에선 선크림을 잘 바르자

다만 아쉬운 것은 지구용사와 함께 한가득 동죽을 채취하면서 선크림을 깜빡한 등을 홀라당 태워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그만큼 시간도 모르고 즐거워했으니 후회는 없다. 다만 등에 수시로 알로에 젤을 발라주는데 손이 닿질 않아 혼자 있을 때는 숟가락을 이용해 거울을 보고 펴 발랐다. 회관에 할머니들이 오시면 좀 부탁드릴 텐데.. 이런.. 지금은 화상도 거의 나아가고 갯벌의 즐거운 기억과 멋지게 태닝 된 등이 있으니 뿌듯하다.

갯벌의 끝은 장어구이로 이어졌지만 이 이야기는 먹거리 얘기에서 다시 이어가 보고자 한다.

 

 

* 이 글은 고창문화도시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https://ar490.tistory.com/78?category=861841 [Joben is travelling: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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